‘용기’에 꽉 찬 따뜻함, 잘 먹었습니다!


“오늘 점심 어떻게 할까요?”


직장인이 가장 고민하는 시간, 하지만 또 가장 기다리는 시간인 ‘점심시간’이 왔다.
부쩍 추워진 날씨, 바쁜 업무, 어쩐 일인지 회사 밖으로 나가기 싫은 날도 늘어간다. 간단하게 배달로 주문해볼까 싶지만 부쩍 늘어난 배달 주문횟수 그리고 쌓여만 가는 플라스틱 용기들 때문에 요즘 괜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식사 후 일회용기를 씻어내고 음식물 뒷처리할 생각을 하면 머리가 아파졌다. 괜스레 지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거니와 이를 하나하나 정리하는 일도 바쁜 직장인에게는 꽤나 귀찮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때 문득 ‘다회용기 배달’이 생각났다.

 

작년 10월, 요기요는 민간 배달앱 중 가장 먼저 ‘다회용기 배달’을 시작했다. 꾸준하게 화두로 떠오르던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에 대한 노력의 일환이다.

다회용기를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이게 실제로 가능한 일인지, 불편하지는 않을지 의구심도 많은 다회용기 서비스. 아직은 서비스 지역이 한정돼 생소한 분들을 위해 이번 체험기를 준비했다. 어디서 시켜야 하는지, 배달은 어떻게 오는지, 회수는 어떤 방법으로 하는지 등 ‘다회용기 배달이 처음인 사람’의 입장에서 상세하고 솔직한 후기를 함께 공유해보고자 한다.



■ 저는 다회용기 주문이 처음인데요?




 
솔직히 말하자면 필자는 다회용기 배달을 한 번도 시켜본 적이 없다. 한 마디로 ‘다회용기 주문 생초보’다. 그래서 그런지, 나름 IT기기와 친숙하다고 자부하고 있음에도 다회용기 주문 전 괜히 ‘꿀꺽’ 침을 한 번 삼켰다.

“다회용기 주문, 터치 한 번이면 되잖아?”

걱정과는 다르게 다회용기 주문 과정은 매우 쉬웠다. 왠지 번거로울 것 같다는 초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요기요를 기준으로 주문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요기요 앱을 켠다 ▶ 메인 화면에서 다회용기 카테고리를 터치한다 ▶ 눈에 들어오는 식당에서 끌리는 메뉴를 클릭한다 ▶ ‘다회용기로 받기’로 설정한다 ▶ 결제한다 ▶ 주문 끝!

일반 배달 주문과 다른 점은 딱 한 가지다. ‘다회용기 카테고리’ 터치하기. 이 가벼운 터치 한 번으로 일회용기 주문에 대한 무거운 마음을 손쉽게 날려버릴 수 있다.


■ Good Point: 김이 모락모락, 따뜻해서 행복했던 만남


다회용기 배달의 첫 인상은 강렬했다. 우리 눈에 익숙한 하얀색 비닐봉지가 아닌, 검은 천 가방에 음식이 담겨 왔기 때문이다. 조심스레 열어본 가방 속 내용물은 더욱 놀라웠다. 일반 배달 주문 때보다 구성이 훨씬 심플했다. 밥을 담은 다회용기 하나와 설렁탕을 담은 용기 하나, 그리고 밑반찬이 전부였다. 

평소 설렁탕을 주문하면 포장지 뜯는데만 한세월이 걸렸다. 설렁탕과 밥공기를 감싸고 있는 단단한 랩핑을 온 힘을 다해 뜯어내고, 내용물이 쏟아지지 않게 얇은 플라스틱 뚜껑을 조심히 열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회용기를 여는 것은 참으로 간단했다. ‘똑딱’ 소리와 함께 뚜껑을 열기만 하면 끝이다.
 
‘일회용기보다 간단한데?’라는 생각과 함께 뚜껑을 열었더니, 예상치 못했던 연기가 얼굴을 강타했다. 배달로 왔음에도 불구하고 식지않은 설렁탕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플라스틱 용기보다 훨씬 따뜻하게 도착한 것처럼 느껴졌다. 스테인레스의 강력한 온도 보존 능력 때문인지, 다회용기 주문을 했다는 뿌듯한 마음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하얀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따뜻함이 온 몸과 마음을 감쌌다. 


■ Bad Point: 밑반찬은 아직 플라스틱 용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 그리고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아 보인다. 메인 요리와 함께 동봉된 밑반찬들이 문제였다. 설렁탕에 빠질 수 없는 석박지와 겉절이가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져 온 것이다. 개인의 기호에 따라 맛을 조절할 수 있는 소금은 작은 비닐 지퍼백에, 설렁탕의 숨은 강자 소면은 비닐봉투에 담겨 있었다. 이 구성품들을 풀면서 ‘정말 다회용기 배달을 주문한 게 맞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작은 노력이라도 시작됐다는 점에서는 꽤 큰 의미가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보이기만 한 건 사실이다.

아! 물론 소스용 작은 다회용기도 간혹 있긴 있다. 단무지 등 작은 반찬의 경우 소스 용기에 담아 배달되어 오기도 한다. 그러나 석박지와 같이 크기가 큰 반찬들은 작은 다회용기에 넣기에는 너무 크고, 공기밥용 다회용기에 넣기에는 양이 적다. 다회용기가 아직 플라스틱 용기만큼 보편화되지 않아 크기나 모양이 다양하지 않기 때문인 듯 하다.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소비자는 일회용품이 하나도 쓰이지 않은 다회용기 배달을 기대하고 주문을 했을 텐데, 천 가방 속에서 비닐봉지가 나온다면 황당하지 않을까?

일반 배달 주문보다 다회용기 배달의 일회용품 사용 비중이 훨씬 적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지금보다 다회용기의 크기와 모양이 다양해진다면 일회용품 사용 비중의 저감뿐만 아니라 소비자 및 음식점 사장님의 편리성까지 증대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잘가라는 인사는 ‘QR 코드’로 해요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따뜻한 한 끼를 선사해준 다회용기를 보내줄 때가 왔다. 싹싹 비운 용기의 뚜껑을 닫고 천 가방을 열어 차곡차곡 쌓았다. 일반 배달을 주문했을 때에는 식사 후 일회용품을 씻고 정리하느라 최소 5분은 할애했다. 그러나 다회용기 주문은 단순히 뚜껑만 닫으면 돼서 편리한데다가 눈에 보이는 쓰레기의 양도 적어 마음도 가볍다.

마음만큼 가벼워진 천 가방을 흔들어보다가 번쩍 눈이 떠졌다.

“아, 반납!”

사실 다회용기 배달에서 가장 큰 심리적 문턱은 ‘회수 과정’이다. 도대체 어떻게 회수하고 누가 세척하는지, 일회용품은 그냥 버리면 되는데 다회용기는 회수 신청 때문에 괜히 번거로워지는 게 아닌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먼저 이 과정을 경험해본 ‘다회용기 배달 생초보’의 입장에서 자신있게 보장하건데 회수가 주문보다 쉽다.

먼저 배달 가방에 프린팅된 QR코드, 혹은 가방 속 동봉된 QR코드 카드를 찾는다. 이후 카메라로 QR코드를 인식하고 설문지를 작성하면 끝이다.(물론 QR코드를 찍을 줄 모르는 어르신들에겐 조금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설문지에는 회수 가방을 놓아둘 주소를 적으면 된다. 정확히 입력하고 회수 가방을 문 앞에 놓아두었다면 소비자의 할일은 끝난다. 이제 다회용기 업체가 가방을 회수해 꼼꼼히 세척한 후 음식점 사장님에게 깨끗해진 다회용기를 전달하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다회용기의 따뜻한 온기가 또 다른 소비자에게로 전달되는 선순환의 시작이다.




반납을 마치고 나니 왠지 모르게 시원한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면 식후에 쌓인 플라스틱 용기를 보며 항상 일말의 죄책감이 느껴졌다. 일회용품을 분리배출하며 매번 '다음엔 꼭 다회용기로 주문해 봐야지'라고 다짐하면서도, 결국 바쁘다는 핑계로 다시 일회용품 배달을 주문하게 되기 일쑤였다. 일회용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다회용기는 번거롭고 귀찮을 것 같다'라는 심리적 문턱을 매번 넘지 못했다. 

그러나 다회용기 배달을 체험해 본 순간 ‘이걸 왜 이제서야 주문해봤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 주문만큼 간단하고 편리했기 때문이다.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쩌면 마음 한 구석에는 ‘친환경은 불편한 거야’라는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

아직은 개선해 나가야 할 점들이 많지만, '뭐 어떤가!' 완벽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시행착오는 반드시 필요한 법!

체험기 작성을 위한 마지막 촬영까지 마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외쳤다. “오늘 점심,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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