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세상에 첫선을 보인 요기요가 올해로 론칭 12년차를 맞았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업계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기까지 지난 11년간 국내 배달앱 시장을 혁신한 결정적 순간을 돌아보려 한다.
보도자료나 미디어를 통해 소개된 성과나 최초의 기록은 생략했다. 론칭 초기의 시행착오와 발전의 계기가 되었던 다양한 시도들 같이 요기요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꼽았다.
■ 빠르지 않으면 도태된다…‘우당탕탕 요기요’
서비스 초기의 가장 큰 경쟁자는 ‘전화 주문’이었다. 2015년 한국소비자원의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 만족도는 여전히 전화 주문이 배달앱보다 높았다. 속도가 곧 서비스 존폐를 결정짓는 시기였다. 소비자의 무관심 속에 유야무야 사라질 순 없었다.
어느 때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했다. 모든 고객에게 1만원이 넘는 할인 혜택을 주는 슈퍼레드위크나 인기 프랜차이즈 상품을 반값에 제공하는 마케팅은 오랜 기간 지속되었다. 2019년 기자간담회에선 마케팅 비용으로만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인 1천억 원을 쓰겠노라 천명하기도 했다.
급진적인 마케팅의 그림자는 곳곳에서 드리웠다. 할인 폭이 큰 행사 때엔 오류가 생기기 일쑤고, 반값 프로모션은 서비스 오류로 준비한 기간까지 미처 끝내지 못했다. 말 그대로 ‘우당탕탕’. “할인 행사하고 욕먹는 배달앱”과 같은 뼈아픈 기사들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 어느 때보다 요기요의 존재를 드러낸 시기였다. “편하고 쉬운데 저렴하기까지 한 배달앱”. 단 한 번만 써본다면 소비자의 인식이 달라질 거란 확신이 있었다. 실제로 2015년 앱 다운로드 수가 천만을 기록한 전후로 사용자 수는 급격한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동시에 서비스 개선에도 불이 붙었다. 만약 공격적인 마케팅과 사용자 경험의 간극을 메우는 개발자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세간의 비난만 사고 관심이 쉬이 식었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속도’는 “빠르게 실행한 후 끊임없이 개선합니다”라는 문장으로 요기요의 핵심가치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 배달앱도 구독한다?! 발상의 전환 ‘슈퍼클럽에서 요기패스까지’
요기요 브랜딩에 혁혁한 공신은 단연 ‘슈퍼클럽’이다. ‘요기패스’의 전신이기도 한 슈퍼클럽은 업계 최초 구독 서비스인 동시에 요기요하면 떠오르는 대표 서비스이기도 했다. 월 9,900원을 정기 결제하면 한 달에 10번 할인 혜택을 받는 슈퍼클럽의 구독 서비스는 당시 몇몇 이커머스의 도입을 제외하곤 생소한 모델이었다. 2019년 배달앱이 일상앱으로 자리잡기 시작하던 시기, 음식 배달을 한 달에 3번 이상 사용하는 이들이 10% 수준을 넘는다는 지표에 승부수를 던졌다.
예상은 적중했다. 슈퍼클럽은 출시 일주일 만에 가입자 10만 명을 돌파하며 빠르게 소비자 일상에 파고들었다. 2021년엔 비대면 트렌드를 겨냥해 음식 주문 이외의 할인 혜택까지 더한 요기패스로 새롭게 개편했다. 구독 서비스의 성장 배경에는 높아진 배달앱의 위상이 주효했다. 슈퍼클럽이 소비자의 일상에 배달앱이 자리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면, 요기패스는 음식 주문을 넘어선 요기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중독성 있는 광고로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유일무이한 구독 서비스의 시작으로, 그리고 국민앱으로 주목받을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단건배달' 대세를 거스르는 청개구리, 요기요만의 효율적인 '묶음배달' 철학
“왜 단건배달을 하지 않나요?”. ‘요기요 익스프레스’는 론칭 당시 뭇매를 맞기까지 한 서비스였다. 경쟁 서비스가 단건배달에 집중할 때 요기요는 인공지능(AI) 배차 시스템을 갖춘 요기요 익스프레스를 내놓았다. 한 번에 한 집 배달 대신, 인공지능이 30분 내 배달 가능한 동선을 구성해 주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뜨거운 음식이 식기 전에 배달될 수 있는 동선상에서 2~3건의 주문을 묶기도, 한 집만 배달하기도 하는 전에 없던 똑똑한 서비스다.
하지만 단건배달이 빠르다는 소비자 인식이 급격히 확산되며 묶음 배달 존재의 당위성을 설득하기란 녹록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세를 따르는 대신 청개구리의 길을 택했다. 당장은 단건배달에 비해 조명받지 못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라이더의 시간당 배달 건수를 늘리고, 소비자와 사장님의 만족도도 개선할 수 있는 더 나은 배달 방식이라 확신했다. 오히려 인공지능 배차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는 서비스 품질 개선의 강한 동력이 되기도 했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기준과 방향이 요기요 DNA에 새겨진 순간이다.
■ 지금까지 이런 M&A는 없었다… 사고 또 팔리고
처지가 단 1년 만에 달라지는 순간도 있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이어진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의 인수합병(M&A)은 국내에서 유례없는 기업결합 사례였다. 자회사로서 딜리버리히어로의 인수 과정을 지원하다 하루아침에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 이후 매각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기술을 마음껏 개발하지도, 새로운 마케팅을 펼치지도 못한 안타까운 시간들이었다.
동시에 기초체력을 키우는 담금질의 시간이기도 했다. 공수 전환 이후 자체적인 경쟁력 모색과 요기요만의 기술 개발에 대한 필요가 어느 때보다 강렬했다. 덕분에 업력이 훨씬 긴 모회사가 만든 IT 솔루션을 요기요 엔지니어들이 1년 반 만에 보란듯이 개발해 내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2021년 10월, CDPI 인수 완료 후 위대한상상으로 새 출발하는 각오는 구성원 모두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 새 비전은 배달앱의 본질…요기요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요기요가 지나온 지난 10여 년의 시간은 국내 배달앱 시장의 성장기와도 궤를 같이한다. 다사다난한 시간을 지나 이제 뉴노멀이라 일컫는 새로운 환경을 맞닥뜨린 지금, 요기요의 새 비전은 다시 초심을 향해 있다. “우리 곁에 모든 음식을 가장 편리하고 즐겁게 만날 수 있는 플랫폼”. 요기요를 세상에 처음 선보인 그때 그 마음 그대로, 요기요는 음식 주문이라는 서비스의 정수에 집중코자 한다.
배달 시장은 여전히 기술 발전의 여지와 성장의 기회가 무궁무진하다. 노동과 노동을 기술로 이어주는 배달은 얼마나 더 빨라질 수 있을지. 어떤 최적의 배달 수단과 최적의 경로로 소비자에게 가닿을 수 있을지. 여기에 개인의 식성과 상황에 딱 맞춘 개인화 추천 영역까지 요기요 앞에 놓인 과제는 산적해 있다.
명령어(프롬프트)만 입력하면 번역, 카피 작성, 코딩 작업 등 광범위한 업무까지 수행하는 챗GPT가 출시 3개월 만에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기술은 언제나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진보하고, 이전의 기준과 가치는 다르게 쓰인다. 음식이 생각날 때 가장 먼저 휴대폰으로 손이 가는 것이 당연해진 것처럼, 배달앱의 혁신이 일상을 바꿔놓을 수 있다. 그간의 노하우와 기술을 바탕으로 새 과제에 도전하는 이 시간 역시, 분명 요기요의 또 다른 결정적 장면으로 기록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