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퀵커머스 시장이 심상찮다. 15분 배송(15-Minute Delivery), 울트라 패스트 배송(Ultra-Fast Delivery), 즉시 배송(Instant Delivery)으로 각종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주요 퀵커머스 업체들이 최근 앞다퉈 몸집을 줄이고 있는 형세다. 국내보다 한발 앞서 퀵커머스 모델로 빠르게 전환되던 글로벌 유통업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국내 퀵커머스 시장이 본격적으로 태동하기 시작하는 지금, 해외 퀵커머스 동향을 진단하고 한국형 퀵커머스의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 세계는 지금...'퀵커머스'
요즘 글로벌 퀵커머스 시장에서는 잘나가는 유니콘으로 꼽혔던 기업의 감원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코로나 장기화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까지 이어지면서 악화되기 시작한 글로벌 경제 상황. 여기에 코로나 특수까지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그리 새삼스러운 소식도 아니다. 작년 7월 기업가치를 150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 받던 미국의 고퍼프(Gopuff)는 올 3월 전체 인력의 3%를 해고했고, 터키의 게티르(Getir)와 독일의 고릴라(Gorillas)도 지난 5월 조직 규모 축소를 전격 발표했다. 전 세계 6천 명 이상을 고용 중인 게티르는 14% 감원을, 고릴라 역시 300명을 줄줄이 감원했다.
여기에 작년 초 1,500만 달러 상당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미국 배달 업체 프리지노모어(Fridge No More)는 지난 3월 아예 문을 닫았다. 창립 8개월 만에 유니콘 기업이 되어 화제를 모았던 퀵커머스 업체 조커(JOKR) 역시 지난달 수익성 개선을 위해 미국 사업 축소를 발표한 바 있다.
신생 업체 간 경쟁이 과열되는 퀵커머스 시장에서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 감축이란 고육책을 결국 꺼내든 것이다. 즉시 배송 스타트업들의 몸집 줄이기와 파산 선언이 잇따르며 퀵커머스 업계에 더 이상 '시장확대'가 아닌 ‘수익 창출’, '생존'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JOKR이 고객에게 보낸 미국 서비스 중단 안내 이메일 갈무리
■ 성장 무기? 이제는 양날의 검이 된 'MFC'
아이러니하게도 퀵커머스 플레이어의 성패는 빠른 배송을 보장하는 MFC(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다. 오프라인 기반이 있는 대형마트와 달리 퀵커머스 서비스는 지역 거점마다 MFC를 배치해 빠르게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관건이다. 하지만 이 때 소요되는 임대료와 운영비에, 서비스 간의 경쟁까지 심화되면 수익성은 악화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재 퀵커머스 시장의 가장 큰 한계점으로 꼽힌다.
정밀하고 신속한 물류 배송을 위해 과거 도심 외곽에 있던 물류 기지를 시내로 들여온 MFC는 퀵커머스의 필수 전제 조건이다. 하지만 퀵커머스 서비스는 소량 주문으로 객단가가 낮고 배달비, 물류비, 인건비 등의 부담은 고스란히 사업자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때문에 SKU 운영과 상품의 가격, 품질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올 상반기 프리지노모어는 도어대시(DoorDash)와 인수 계약을 추진한 바 있다. 자금 조달에 대한 대안으로 미국 최대 음식 배달 플랫폼과 힘을 합치고자 한 것. 하지만 협상이 결렬된 후 결국 지난 3월 서비스 운영을 중단하고 말았다. 프리지노모어의 파벨 다닐로브 공동창립자는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서비스 셧다운의 소회를 밝히며 소비자는 배송 시간보다 어떤 상품을 살 수 있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시장 실패담을 언급하기도 했다. ("Customers don't care as much about 15 minutes per se, They care more about the selection of products in store.") 결국 글로벌 퀵커머스 업계에서는 이제는 배송 속도를 넘어 차별화된 서비스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 한국형 퀵커머스의 미래는?
지난 5월 론칭한 요마트는 MFC의 한계를 플랫폼 사업자인 요기요와 오프라인 유통망을 갖춘 GS리테일과의 시너지로 타개해 나가고 있다. MFC 설치를 통한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기 위해 많은 투자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는 기존 퀵커머스와 달리, 요마트의 경우 지역 곳곳에 있는 GS더프레시를 MFC로 활용하는 방식을 통해 별도의 임대 비용과 운영비의 지출 없이 기존 요기요 앱 유저를 대상으로 서비스 운영과 확장이 가능하다. 론칭 이후 단기간에 서비스 지역을 전국단위로 확대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편리함을 경험한 소비자들의 즉시 장보기 수요는 이미 존재한다. 시장의 수요는 있고, 이제 편의성과 가격 경쟁력, 품질의 삼박자를 갖춘 서비스만 등장하면 된다. 때문에 수익 창출과 자금 조달 등 기존 퀵커머스들이 직면한 문제들을 새롭게 해결할 수 있는 똑똑한 ‘한국형 퀵커머스’가 필요한 시점이다. 퀵커머스 시장도 점차 진화해 가는 중이다. 이제부터 뉴스룸을 통해 기존 퀵커머스의 한계를 돌파하는 요기요, 요마트 만의 경쟁력을 하나씩 소개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