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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개발자로 만든 것들에 대하여




문과 출신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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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출신이라는 단어를 붙여 문과와 이과의 차이를 구분 지으려는 건 아니지만, 이 타이틀에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더군요. 호기심 반 의아함 반에 요기요의 유일무이한 ‘문과 출신 개발자’ 세은님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국어국문학 전공생에서 어떻게 개발자가 됐는지, 왜 그런 결심을 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잘한 선택이었는지 세은님에게 묻고 싶은 게 한가득이었는데요. 돌아온 대답들은 하나도 뻔하지 않았습니다.





반가워요. 세은 님은 요기요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으세요?
안녕하세요. 요기요의 파이썬 백엔드 개발자 최세은입니다. Intelligence Service팀에서 근무하고 있고요. 저희 팀은 데이터를 활용해 서비스를 만드는 일을 해요. 그중에서 저는 사내 로그 정의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세은 님이 문과 출신이라는 말이 사실인가요?
맞아요. 다른 분들이 보기에 좀 특이한 이력일 수 있는데요.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면서 컴퓨터 공학을 복수 전공해 개발자의 길에 입문하게 됐어요. 왜냐고요? 음, 당시 컴퓨터 공학이 전도유망한 분야로 꼽히기도 했고, 나중에 돈을 잘 벌 수 있을 것 같았어요.(웃음)

원래 개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었나요?
그렇지는 않았어요. 저는 완전 문과 출신이에요. 대학 입학도 논술 전형을 치렀는 걸요. 진로를 고민할 시점이 되니까 국어국문학 전공만을 제 장점으로 삼기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분야가 장래성 있을지 고민하던 중 컴퓨터 공학이 굉장히 새롭게 다가왔어요. 지금은 비전공 출신 개발자분들이 꽤 있지만 그때만 해도 저 같은 선택을 하는 분들이 드물었어요. 부트 캠프 같은 체계적인 교육 과정도 흔치 않았고요. 맨땅에 헤딩하다시피 개발자의 길에 뛰어들었죠.





같은 문과 출신으로서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려요.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어요. 문과 입장에서 컴퓨터 공학 공부를 한다? 자료나 선례가 많이 없었거든요. 천생 문과다 보니 공학적 사고에 익숙하지도 않았어요. 처음에는 수업을 따라가질 못해 교수님을 거의 매일 찾아갔고, 남들은 반나절이면 이해하는 내용을 일주일 동안 밤을 새우다시피 외웠던 기억이 나요. 코드를 첫 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통째로 외워서 시험을 치른 적도 있어요.

어휴, 그런 핸디캡을 어떻게 극복했어요?
제 주변에 컴퓨터 공학은커녕 이과 친구들도 적었어요. 궁금한 게 있어도 알려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가장 먼저 환경을 바꿨어요. 학회에 가입하고 개발 관련 동아리에서 활발히 활동하기 시작했죠. 이때 컴퓨터 공학이나 개발자를 준비하는 친구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들과 해커톤 대회에 나가고, 컨퍼런스도 가면서 자연스럽게 개발자스러운 시야와 생각을 갖게 됐던 것 같아요.

‘문과 출신 개발자’라고 하면 대개 어떤 반응을 보여요?

“대단하다”는 소릴 가장 많이 들었어요.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기 시작했을 땐 부정적인 뉘앙스의 “대단하다”가 많았던 것 같아요. “굳이 그런 선택을?” “왜 사서 고생을 해” “과연 될까?”라는 얘기를 진짜 많이 들었죠. 근데 결국 개발자가 됐고 개발직군이 요즘 핫한 포지션으로 언급되고 있잖아요.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될 수 있었냐?”라며 많이들 대단하다고 해 주세요. 한 친구는 “네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하더라고요.





문과 출신이라서 가능한 강점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문과, 이과 출신 개발자로 구분하는 건 큰 의미가 없어요. 개발직군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고 개발자분들의 스타일도 각각 다르거든요. 그래서 이 질문은 개발자로서 저라는 사람이 어떤 강점을 갖고 있는가로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글로 생각을 표현하는 게 익숙해요. 그래서 어떤 의도로 로직을 짜고 설계를 했는지 문서로 기록하고 정리하는 데 어려움이나 거부감이 덜한 편이에요. 개발자로 일을 해보니 코드 짜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무엇을 개발할지 기획하고 요구 사항을 정리하거나 작성한 코드를 다른 개발자분들과 공유하는 시간도 꽤 많아요. 이때 글쓰기 역량이 도움이 되곤 해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성과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비전공 출신 개발자라고 해서 특별한 목표가 있진 않아요. 그보다는 주니어 개발자이기 때문에 더 배우고 공부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코드를 짜는 코더가 아니라 어떤 코드와 설계가 좋은지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개발자로 성장하고 싶어요.

세은 님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요?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계속 공부하면 할 수 있습니다”. 학습 곡선(Learning Curve)이라는 게 있는데요. 경험상 노력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변곡점이 찾아와요. 자신도 모르게 말이죠. 그러니 결정과 선택이 늦었다고 의기소침할 필요가 없어요. 이 길이 맞다는 확신 속에서 꾸준히 진득하게 하셨으면 좋겠어요. 다만 개발자의 길을 선택하셨다면, 앞으로 평생 공부할 각오를 하셔야 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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